진화는 인간을 완벽하게 만들었을까요? 우리는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의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요통, 맹장염, 시력 저하, 무릎 통증 등 온갖 불편함을 안고 살아갑니다. 어떤 과학자들은 인간의 몸이 아직도 ‘조악하게 설계된 진화의 중간 산물’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진화생물학에서는 인간의 신체 구조를 ‘임시방편의 적응’이라고 분석하기도 하죠.

예를 들어, 인간의 척추는 원래 네 발로 걷도록 설계된 구조를 억지로 직립보행에 맞게 세운 결과입니다. 이 때문에 허리에 많은 부담이 쌓이고, 요통은 거의 인류 공통의 고통이 되었죠. 또한 눈의 구조도 거꾸로 배선되어 있어 효율성이 떨어지고, 맹장은 과거 식물성 섬유를 많이 먹던 시절의 유물로, 현재는 별다른 기능도 없이 염증만 일으키곤 합니다. 왜 진화는 이런 ‘결함’을 수정하지 않았을까요?

그 이유는 진화가 ‘완벽’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그럭저럭 생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 그치기 때문입니다. 진화는 새로운 설계를 처음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구조를 ‘재활용’해서 상황에 맞는 방향으로 조금씩 수정해 나갑니다. 그래서 인간은 여전히 과거의 흔적을 몸에 안고 있고, 그런 흔적이 오늘날 다양한 의학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 주제는 진화의 불완전함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고자 합니다. 인간의 몸에 남겨진 진화의 흔적, 즉 ‘디자인 실패 사례들’을 정리하고, 이것이 현재 건강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고찰해 봅니다. 큐니버시티 연구원 여러분, 진화의 미완성 설계도를 통해 생명 시스템의 창조성과 한계를 탐구하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출간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