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집 근처에서 종종 마주쳤던 입양기관의 간판.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아이들이 좋은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라겠지’라는 생각을 했던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러나 최근 밝혀진 진실은 이 아름다운 이미지 뒤에 존재했던 깊은 국가적 범죄와 구조적 인권 침해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부모가 있음에도 고아로 조작되어 해외로 보내졌고, 그 과정에서 정부와 입양기관이 비용 중심의 ‘송출 시스템’을 공모했다는 사실이 진실화해위원회 조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2년 7개월간의 조사에 따르면, 1964년부터 1999년까지 해외로 보내진 아동 입양인 367명 중 다수가 고의적으로 신분이 조작된 ‘가짜 고아’였습니다. 심지어 입양 절차 도중 사망한 아동의 이름으로 다른 아동을 대체해 출국시키는 조작까지 이루어졌고, 적법하지 않은 후견인이 입양을 의뢰하거나, 하루 된 신생아가 어린이집 원장에 의해 ‘고아’로 분류되어 수출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당시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의 묵인과 비호 아래 이뤄졌고, 수수료 기준조차 없어 입양기관들은 한 건당 수천만 원의 이익을 남기며 ‘입양 비즈니스’를 키워갔습니다.

김유리 씨처럼, 살아있는 친부모가 있음에도 ‘고아’로 서류가 조작되어 해외에 보내진 피해자들은 양부모의 학대와 성폭력에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뿌리를 잃고 살아가야 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개인의 고통을 넘어 국가에 의한 구조적 실종 피해자라 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한국 입양인들이 오늘도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의 가족을 찾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는 “왜 나는 고아가 된 것이냐”는 질문조차 할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습니다.

이번 연구 주제는 ‘한국 해외 입양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와 인권 침해의 제도적 기원 분석’입니다. 큐니버시티 연구원 여러분, 우리는 이제 과거를 직면하고, ‘입양’이라는 말이 그 자체로 감동이 아닌,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거래의 도구가 아니었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할 때입니다. 이 주제를 통해 국가 주도 인권 침해의 실체와 현대 복지 시스템의 윤리적 책임을 깊이 연구하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출간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