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하거나 무언가에 몰입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불러도 잘 들리지 않거나 음악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 경험 있으신가요? 단순히 ‘정신이 팔려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최근 국내 연구진의 실험을 통해 뇌가 실제로 행동 상태에 따라 특정 감각 정보를 선택적으로 우선 처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발견은 우리가 ‘느끼는 것’이 실제로는 뇌의 전략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감각 통합의 신경 과학적 원리에 큰 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이승희 부연구단장(KAIST 생명과학과 부교수) 연구팀은 실험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쥐가 가만히 있을 때는 청각 정보를 우선 처리하지만, 달릴 때는 시각 정보 처리를 우선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처럼 뇌는 상황에 따라 중요한 감각을 선별해 우선 처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생존과 행동 효율성을 위한 진화적 메커니즘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 현상은 뇌의 후두정피질(PPC)이라는 영역에서 발생합니다. 가만히 있을 때는 이 영역이 청각 정보의 영향을 받아 시각 자극을 억제하지만, 달릴 때는 운동피질(secondary motor cortex, M2)에서 오는 신호가 이 청각 입력을 차단하면서 시각 정보가 뇌에서 우선적으로 처리되도록 회로가 전환됩니다. 즉, 뇌가 ‘지금 중요한 감각’을 판단해 자원을 재배분하는 셈입니다.

이러한 뇌의 감각 조절 능력은 단순한 신기한 사실을 넘어, 자폐스펙트럼이나 조현병 등 감각 통합 이상 증상을 보이는 뇌질환 연구에도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감각처리장애(SPD)를 겪는 사람들은 뇌가 감각 정보를 적절히 통합하지 못해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특정 자극에 무감각해지는 증상을 보입니다. 이번 연구는 감각 통합의 뇌 회로가 얼마나 유연하게 작동하는지를 규명함으로써, 향후 신경회로 기반 치료법 개발의 기초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 주제는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감각을 처리하는 뇌의 통합 메커니즘에 관한 신경과학적 분석’입니다. 큐니버시티 연구원 여러분, 우리가 듣는 것, 보는 것, 느끼는 것이 어떻게 뇌에서 유동적으로 처리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조건에서 달라지는지에 대한 정교한 연구를 통해 감각과 인지의 작동 원리를 탐구해 보시기 바랍니다. 뇌는 언제나, 생각보다 더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