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3 아이덴티티>는 다중인격장애(DID)를 가진 인물이 등장하는 심리 스릴러입니다. 놀라운 점은 각 인격마다 시력이 다르거나, 심지어 당뇨병이 있는 인격과 없는 인격이 따로 등장한다는 설정입니다. 영화적 장치라고 치부하기엔, 실제로 이런 현상은 심리학과 의학에서도 보고된 적이 있습니다. 일부 임상사례에서는 다중인격 환자들이 인격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이나 혈압, 심장박동 수치가 달라진다는 보고도 있죠. 자아의 전환이 뇌와 신체의 생리적 반응을 다르게 조절한다는 것은 믿기 힘들지만, 매혹적인 주제입니다.

이 현상은 뇌와 자율신경계의 연결 메커니즘, 그리고 인식이 생리작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탐구로 이어집니다. 정체성은 단순한 ‘생각’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활성 패턴을 변화시키고, 이에 따라 면역계나 내분비계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자아의 변화가 호르몬 분비나 대사계까지 바꾼다면?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마음과 몸이 연결된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심리-생리적 일치(psychophysiological coherence)’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인격 변화에 따라 특정 기억과 정서, 반응 패턴이 활성화되고, 이에 따라 생리적 시스템이 바뀌는 것입니다. 이것은 곧 ‘정체성’이 하나의 생물학적 프로그램처럼 작동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현대 뇌과학과 정신의학이 공동으로 이 신비한 현상을 밝혀나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도 함께 떠오릅니다.

이번 연구 주제는 자아 정체성의 변화가 실제 신체적, 생리적 반응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탐구합니다. 심리학, 신경과학, 내분비학, 그리고 철학이 교차하는 이 지점에서, 우리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고전적인 질문에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큐니버시티 연구원 여러분, 자아의 정체성과 신체 반응의 관계를 규명하는 연구를 통해 정체성과 생리 반응이라는 주제로 논문을 출간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