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알몸으로 태어나지만, 알몸으로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누구도 우리의 피부를 처음 보는 게 아니라면서도, 알몸은 곧 수치심과 연결되곤 하죠. 《알몸 엑스포메이션》 같은 책은 그 질문을 예술의 시선에서 던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누드 화보가 아니라, 알몸의 본질과 사회적 반응에 대한 철학적이고 예술적인 탐구입니다. 예술가들은 팬티를 입히는 실험부터, 평범한 사람들의 알몸을 그대로 드러내는 작업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짐’과 ‘보는 시선’ 사이의 긴장을 실험합니다.

그렇다면, 왜 알몸은 예술이 되면서도 동시에 수치심을 유발할까요? 일부 학자들은 수치심이 사회적 규범에 대한 내면화된 반응이라고 말합니다. 문화권에 따라 ‘수치’의 기준이 달라지는 점은 이를 뒷받침하죠. 고대 그리스의 조각상은 전신 누드였지만 존엄의 상징이었고, 르네상스의 누드는 신성한 아름다움의 찬가였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알몸이 종종 성적 대상화나 노출의 관점에서 소비되며, 오히려 감추어야 할 것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흥미롭게도 알몸이 예술이 되는 순간, 우리는 수치심보다 감동이나 해방감, 혹은 공감의 감정을 먼저 느낍니다. 예술은 ‘관음’이 아닌 ‘표현’으로 전환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술작품 속 누드는 더 이상 개인의 사적인 육체가 아닌, 보편적인 인간의 조건이 됩니다. 그러나 일반인이 벗었을 때는 왜 같은 시선으로 보지 못할까요? 예술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이중적 기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이번 연구 주제는 ‘알몸’이라는 신체의 기본 상태가 어떻게 사회, 문화, 예술 속에서 수치와 표현이라는 상반된 의미를 동시에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인문학적, 예술사회학적 탐구입니다. 큐니버시티 연구원 여러분, 알몸의 수치심이 과연 본능인지, 학습된 감정인지, 그리고 예술은 그 감정을 어떻게 전복시키는지 연구해 보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출간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연구의 주제는 “알몸과 수치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