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위대한 발명으로 평가받습니다. 1821년 루이 브라유가 만든 이 촉각 문자 시스템은, 이후 1926년 한국의 박두성이 ‘훈맹정음’으로 개량하면서 수많은 시각장애인에게 교육과 정보 접근의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점자는 단순한 문자 전달 수단을 넘어, 자립적 삶과 문화 향유를 가능하게 한 중요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과연 이 점자 시스템이 현재까지도 가장 효율적인 방식일까요?

오늘날 우리는 점자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시각장애인 중 점자를 능숙히 읽을 수 있는 비율은 약 6%에 불과합니다. 점자는 정보를 표현할 수 있는 단위가 적고, 부정확한 점자 표기로 인해 일상에서 혼란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 버튼의 점자가 잘못되었거나, 캔 음료에 단순히 ‘맥주’라고만 적혀 있어 맥주 종류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또한, 점자는 부피가 크고 정독에 시간이 걸려 실용성이 낮은 경우도 많습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대체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스마트폰의 스크린리더, 오디오북, 음성안내, 전자 점자 디스플레이, 그리고 시각 및 청각장애인을 위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점화(Jeomhwa)’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완전한 대안은 아닙니다. 오디오 기반은 정보 탐색이 어려워지고, 촉각 기반 디스플레이는 고가이며 보급이 제한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점자 체계를 보완하거나, 전혀 새로운 촉각·진동 기반 언어 시스템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디지털화 시대에 적합한 ‘차세대 점자’의 개발이 절실합니다.

이번 연구 주제는, 점자의 역사와 한계를 고찰하고,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스템을 창의적으로 설계해보는 데 초점을 둡니다. 인간의 정보 전달 방식은 시대에 따라 진화해왔습니다. 이제는 시각장애인의 언어 시스템도 새롭게 재설계할 시점입니다. 큐니버시티 연구원 여러분, 점자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정보 접근성 혁신에 도전해보시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출간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