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숲에 살면서도 다른 종이 되는 이유는? 동소성 종분화의 진화 미스터리
우리는 보통 새로운 종이 생기려면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진화생물학에서는 ‘이소성 종분화’가 가장 일반적인 종 분화 형태로 알려져 있죠. 한 집단이 물리적으로 고립되어 오랜 시간에 걸쳐 유전적 차이를 축적하면서 결국 다른 종으로 나뉘는 방식입니다. 식물의 경우에는 ‘배수체 형성’ 같은 특수한 유전적 변화가 빠르게 종 분화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비교적 명확한 방식 외에도, 같은 장소에 살면서도 전혀 다른 종으로 나뉘는 ‘동소성 종분화’라는 놀라운 현상이 존재합니다.
동소성 종분화(sympatric speciation)는 지리적 고립 없이 한 공간 안에서 새로운 종이 생겨나는 과정을 뜻합니다. 듣기에는 매우 비현실적이지만, 생태적 선택, 짝짓기 선호, 유전적 드리프트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할 때 발생할 수 있다고 제시되어 왔죠. 하지만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수십 년을 연구해왔음에도, 이 현상이 자연에서 실제로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일부 열대어, 초파리, 기생생물 등에서 후보 사례가 보고되었지만, 명확히 입증된 경우는 드뭅니다.
이러한 현상의 연구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과거의 진화 경로를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겉보기에는 동소성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오래전 과거의 이소성 분화 후 재확산된 사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유전체학, 생태 모델링, 짝짓기 실험, 시공간적 유전자 흐름 분석 등 최신 연구 기법들이 이러한 난제를 해결할 열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생물의 짝짓기 행동과 식성, 서식지 분화 등 세밀한 생태적 변수들이 유전자 수준에서 어떻게 종 형성을 유도하는지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새로운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번 연구 주제는 기존 종 분화 이론의 틀을 뛰어넘어, 동소성 종분화와 그 외 다양한 비정형 종 분화 형태의 실재 여부, 빈도, 그리고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진화생물학에서 미해결 난제 중 하나인 ‘공간적 고립 없는 종의 분화’에 대한 탐색은, 종 다양성의 기원을 설명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큐니버시티 연구원 여러분, 동소성 종분화라는 이 놀라운 생물학적 미스터리에 도전하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출간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