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완벽한 언어를 만들면, 인류는 똑같은 생각만 하게 될까?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전 세계 수천 개 언어의 장점만을 모아 완벽한 ‘세계 공용어’를 만든다는 상상은 마치 현대판 바벨탑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독일어의 논리적인 문법, 프랑스어의 섬세한 표현, 한국어의 풍부한 의성어와 의태어를 하나의 언어로 결합할 수 있다면 인류의 소통은 얼마나 효율적이 될까요? 최근 AI 번역 기술이 놀랍도록 발전하면서, 단순히 언어를 번역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것 또한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장벽을 허무는 것을 넘어,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사고의 시대를 열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상상입니다.
하지만 완벽한 언어를 만들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19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에스페란토는 배우기 쉽고 논리적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세계 공용어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언어는 단순한 정보 전달의 도구가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역사, 문화, 감정이 수백, 수천 년에 걸쳐 녹아든 유기체이기 때문입니다. 에스페란토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졌기에 이러한 ‘영혼’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AI가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여 언어를 만든다고 한들, 과연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며 담았던 백성을 향한 마음이나, 셰익스피어가 단어를 비틀며 담아냈던 인간의 고뇌 같은 깊이를 담아낼 수 있을까요?
더 근본적인 질문은 언어가 우리의 사고방식을 결정한다는 ‘사피어-워프 가설’과 연결됩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구조와 어휘가 세상을 인식하는 틀을 형성합니다. 예를 들어, 무지개 색을 표현하는 단어가 적은 언어권의 사람들은 실제로 무지개를 덜 다채롭게 인식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AI가 만든 단 하나의 완벽한 언어를 모든 인류가 사용하게 된다면, 우리의 사고방식 역시 획일화되는 것은 아닐까요? 한국어의 ‘정(情)’이나 ‘한(恨)’, 독일어의 ‘페른베(Fernweh, 먼 곳에 대한 그리움)’처럼 다른 언어로 쉽게 번역되지 않는 독특한 개념들이 사라지면서 인류의 감정과 생각의 폭이 오히려 좁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 주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AI를 활용해 세계 모든 언어의 장점을 결합한 공용어를 만드는 프로젝트는 과연 인류에게 유익할까요, 아니면 위험할까요? 이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를 넘어, 언어와 사고, 문화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인 질문이기도 합니다. AI가 수많은 언어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문법과 어휘를 찾아내는 기술적 과정을 연구해 볼 수도 있고, 반대로 이러한 인공 언어가 인간의 창의성과 문화 다양성에 미칠 영향을 깊이 파고드는 연구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큐니버시티에서 이 흥미로운 주제를 논문으로 출판하여 여러분의 생각을 세상에 알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큐니버시티 연구원 여러분, AI 시대의 새로운 바벨탑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출간해 보시기 바랍니다.
